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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4 (2021 출판)

☆ 2021.5.2 유성배 농장일기

by 가자유성농장으로 2021. 5. 4.


비 오는 아침.
일철이라 일단 농장에 왔다. 배나무 잎이 젖어있어 적과는 어렵다. 나뭇잎을 건딜면 물방울들이 얼굴이나 몸에 쏟아져 옷을 다 적신다. 배나무 위쪽은 높아서 사다리를 타고 일해야 하는데, 가벼운 알루미늄 사다리는 비에 젖으면 미끄럽다. 사다리를 사용 안 하고 나무 아래쪽 손 닿는 곳만 할 수도 있지만, 바닥에는 20~30센티 자란 풀이 역시 젖어있어 조금만 일해도 신발과 양말을 푹 적게 한다. 장화까지 신고하느니 차라리 다른 볼 일 있으면 이 시간에 해두는 게 좋다.

그래서 농협에서 준 호박, 고추, 토마토, 아삭이 고추 모종을 심었다. 비 오는 날 심으면 모종들도 잘 적응하니 모종 심기 좋은 날이다.

사다리는 예전엔 6단, 7단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제는 농사법도 바뀌고 나무 수형도 바뀌면서 과거보다는 많이 낮아졌다. 나는 4단짜리 사다리가 가벼워서 좋다. 다행히 나는 사다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7단짜리 사다리 꼭대기 좁은 면까지 올라가서 서 있기도 한다. 사다리 꼭대기에서 배밭을 내려다보면 밑에서 보던 거와 또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그래서 가끔 일하다 사다리 꼭대기에서 앉아 쉬기도 한다.

예전 시부모님이 배농사 지을 때는 농자재를 다 만들어 썼다고 한다. 50~60년 전 과수농가는 배를 씌워주는 배봉지도 겨울에 온 식구가 모여 신문지로 만들었다고 하고, 배 박스도 나무로 직접 만들고, 배 사이에 지금은 개수별로 얇은 스티로폼으로 된 난좌라고 부르는 걸 깔면 되는데 예전에 짚으로 사용했다는 예기도 들었다. 지금은 농협에 주문하면 갖다 준다. 결재는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하면 되니 확실히 좋은 세상인건 맞다.

농자재도 지역마다 사용하는 게 다른 것들이 있다. 이쪽 지방에서 대중화된 것이 다른 지역에는 사용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전국민 보급상태니 밴드나 기타 sns를 통해 알게 되기도 한다. 최근 나도 우리 지역에서는 거의 사용 안 하는 삼각사다리를 하나 샀다. 전에 tv에서 본 어떤 배농장은 전부 삼각사다리를 사용하고 있어서 궁금해서 하나 주문해 보았다. 일단 5단짜리가 있다 해서 갖고 왔는데 너무 크고 무거워 3단짜리로 주문했다. 1일 사용경험은 일단 사다리를 나무 밑에서 조금씩 옮기는 거는 기존 것보다 좋은 거 같다.

스마트폰은 이제 농기구라 불려도 될 만큼 농업인들에게도 필수 도구가 되었다. 날씨를 확인해야 하고 (도시인이 미세먼지 수치에 관심 있다면, 농업인은 비예보나 바람의 세기, 가뭄, 강수량, 저온 여부를 더 많이 확인한다)
수확 시기가 되면 전국의 농산물도매시장 경매가를 알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해서 경매가를 확인하고, 출하를 할지 말지 아니면 오늘은 많이 또는 적게를 결정한다.

또한 농사기술이나 궁금함을 밴드나 단체 카톡방을 통해 해결하기도 한다. 과거 지역민 또는 대다수 소속 작목반원들끼리의 정보보다 더 넓어졌고, 특히 그중 농자재는 도움을 많이 받는다. 몇 년 전에 산 수확한 배를 박스 포장하기 위해 봉지를 제거한 후 선별기에 올리기 전에 배를 놓아두는 원형의 작업대는 아주 유용하다. 배 주산지의 사진을 볼 때 자주 봤던건데 우리 주변에는 사용을 많이 안 하던 거였다. 전국의 다양한 농가비법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좋다.

비가 오니 아침 날씨가 쌀쌀해서 허리에 핫팩을 하나 붙이고 나왔다. 현재 비는 그치고 바람이 조금씩 분다. 조만간 나뭇잎이 마를 것이고, 열매솎기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농장일기 #배 #유성배 #한국배 #k_pear #신고배

참고> 2021.4.27 농장일기
https://m.blog.daum.net/nth00/15856836?category=15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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