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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4 (2021 출판)

☆ 2021.4.16 유성배 농장일기

by 가자유성농장으로 2021. 4. 16.

오늘 비예보로 어제 아침 방제를 했다.
비 오기전날 방제를 해서 비오는 날 병균들이 전파되지 못하게 방어한다. 오늘은 비 온다니 농장은 쉬기로 하고 남편은 옆 농가에 갔다. 아는 분이 홍어 한 마리를 가지고 와서 먹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농장에서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 혼자 남아 있다.

인공수분이 끝나고 잠시 휴식기.
먼저 꽃핀 거는 수정이 됐는지 일부 표시가 난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솎아주기에는 수정이 불분명하다. 수정이 안된 거는 좀 있으면 자연적으로 꽃자루가 노래지면서 떨어진다. 그러므로 좀 기다렸다가 해야 하고 또한 수정된 것도 아직은 너무 작아 최상품이 될 배인지 파악이 안 된다. 예를 들면 숫배도 있고 배꽃 7개가 1번부터 시간차를 두고 7번까지 피는데 1,2번 꽃은 늙은 호박처럼 옆으로 평평한 모양이고 제일 늦게 피는 6,7번은 반대로 위로 길쭉한 모양이 된다. 그러므로 가장 예쁜 우리가 시장에서 보는 배는 3.4번쯤 될 거다. 인공 수분할 때도 최대한 그 꽃에 찍으려고 한다

신고배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최대의 단점은 스스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거다. 다른 배 품종의 꽃가루가 필요해서 다른 꽃가루를 준비해서 개화기 때 최소 15도, 18도쯤부터 25도쯤 되는 날 찍는다. 너무 고온 건조해도 안 좋다. 수분 시기가 짧아진다.

우리나라 배는 신고배가 많고, 수분을 해줄 벌도 20~30년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어 배나무에 다른 품종을 접목하기도 하고, 군데군데 다른 품종을 심었어도 일부 여건 좋은 농장을 제외하면 자연수분은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중국산 꽃가루를 사다가 쓴다. 초기엔 꽃가루 상태가 많이 미심쩍었지만 이제는 좋은 편이다. 작년에 핀 설화리라는 중국배 꽃가루를 냉동 보관하다가 수분 시기에 해동해서 쓰는 방식이다. 수분 방식도 솜방망이에서 러브터치라는 기계, 비 오는 날 콜럼버스, ss기에 부착하는 꽃잔치 등등 여러 가지로 변화해왔지만, 최근엔 작은 솜방망이로 꽃가루를 묻혀서 활짝 핀 신고배에 찍어주는 초기 방식으로 많이 하고 있다. 일일이 꽃가루를 찍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기계로 쉽게 하는 방식보다는 대체적으로 효과가 좋다는 평이다. 다행히 어떤 품종의 꽃가루를 받아도 신고 배나무는 신고배가 달린다는 거다. 중국산 설화리로 수분했다고 설화리가 맺지는 않는다.

배꽃 피는 시기는 품종마다 다르다. 신고 배외에 그래도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진 원황배는 신고배보다 조금 늦게 피고, 금촌추라는 예전 부모님 세 대 때 많이 키운 배는 신고배와 피는 시기가 비슷해 우리도 신고배나무에 금촌추를 접목해놓았다. 일부 자연수분도 되고 인공수분도 될 것이다. 어찌되었든 열매는 달려야 하니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농사법도 표준이 어느 정도 있지만, 모든 농장이 산 좋고 물 좋은 여건을 갖춘거는 아니니 자기 농장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은 냉해가 가장 문제였다. 꽃이 피는 시기에 영하로 떨어지면 꽃이 다 얼어 죽는다. 작년이 최악이었고 전국적인 피해가 엄청났다. 더불어 배값은 배 농사경력 25년 중 작년 배가 가장 비쌌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충실하다랄까..

올해 우리도 작년처럼 되지 않으려고 영하로 떨어지면 농장의 온도를 높이려 왕겨도 준비하고 신문을 모아놓고 불쏘시개로 쓰려고 준비하고 혹시나 해서 소화기도 준비했다. 새벽 동틀 때가 가장 춥기 때문에 일기예보에 민감하다. 이제는 전국 배농가도 저온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불 피우기를 준비하고 있다. 예전엔 피해가 이 정도는 아니어서 영하로 내려가도 이 정도로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거 같다. 배꽃이 죽어 까맣게 변한 꽃을 더 보고 싶지 않은 맘일 것이다. 물론 예전부터 방상팬 설치한 농가도 있고, 물 뿌리는 방법도 있고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올해는 꽃도 가장 빨리 피었다.
4월 1일 남쪽 방향 배나무들을 보니 피기 시작해서 일부 수분한 이후로 6일 정도 매일 찍었다. ("수분했다"를 "찍었다"라고 표현한다. "언제부터 꽃 찍어요"라고 배 농가들이 서로 안부를 전할 때도 쓴다)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했다. 하루는 농협 직원 4명이 와서 찍어주었다. 일손돕기의 좋은 방식이다. 같은 작업을 매년 지원 나오니 알아서 잘한다. 열매솎기나 배봉지 싸는 거는 비숙련자는 잘하기가 쉽지 않다.

꽃송이가 1번부터 7번이 순서대로 피는 것뿐 아니라, 늙은 가지 즉, 비교적 두꺼운 가지와 1~2년생 가지의 꽃 피는 시기가 조금 다르다. 새가지가 더 늦게 피기 시작하고 한그루 배나무에는 새가지도 있고 늙은 가지도 있으니 매일 배밭을 돌면서 적기의 꽃을 찾아 수분해주는 노력을 했다

오늘 열매가 달려도 키우지 않을 부분인 가지 끝부분을 미리 정리해주면 5월 적과로 바쁜 때 도움이 될까 하고 한 나무 정리하다가 그만뒀다. 아직은 기다리자. 사실 계속 여러 형태의 다양한 일꾼들이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2농장을 그만두면서 남편이랑 둘이 하기로 했다. 일단 둘이 하니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며칠 후 적과가 시작되면 봉지 싸는 6월까지는 농장일에 집중한다. 비 오는 날만 쉬는 날이 된다. 먹거리도 미리 많이 사다 놓고 냉장고를 채운다. 바쁠 땐 장 보는 것도 피곤하니 미리 필요한 걸 준비해둔다.//

방제는 보통 새벽에 시작한다. 바람이 많이 불면 방제효과가 떨어지는데 새벽녘이 바람이 가장 안 불 때가 많아서이다. 과수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새벽에 ss기 소리를 들을 때가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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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 #배 #유성배 #한국배 #k_pear #신고배

참고> 2021.4.27 농장일기
https://m.blog.daum.net/nth00/15856836?category=15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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