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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_귀농귀촌교육기관(2011~2018)/2011~2017 귀농귀촌교육 -카페동일

이춘아 귀농교육생 쓴 대전일보 한밭춘추기고 3

by 가자유성농장으로 2011. 9. 19.

 

대전일보 한밭춘추 기고 3 (2011년 9월16일자)

 

나, 작품하러 간다

이춘아 한밭문화마당 대표

 

 

 

텃밭을 구입했다. 지난 봄 대전역 시장에서 어지간히 모종을 사다 날랐다. 모종을 사서 심기도 하고 씨를 뿌려서 키웠다. 무얼 심으셨어요? 라고 물으면 얼른 답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이 심었으나 올해는 수확이 아닌 관상용으로 그친 편이지만 내년에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 말을 믿는다. 텃밭이라는 다소는 가벼운 단어로 시작했으나, 생각해보면 나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내 삶의 한 끄트머리를 놓치지 않고 이어온 생각들이 모여 그리 된 것이다. 여름 휴가지에서 차창으로 보았던 논, 그 논 사이로 농부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아! 하는 속에서 우러나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 이미지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5년전 문화원에서 ‘가자 유성농장으로’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먹거리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이거 얼마예요?” 라며 시장에서 야채를 살 때, 그 전에는 필요로 하는 것을 좀 더 싸게 사려는 상품거래였다면, 그 이후는 생명을 담은 먹거리를 받아가는 행위가 되었다.

 

 

그 먹거리를 나도 키워보고 싶었다. 재작년 기회가 닿아 열 평 주말농장을 할 수 있었다. 유성장에서 모종을 사다 심었다. 너무 신기했다. 확실한 성과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이제까지의 나, 문서작업으로 중장기 비전도 세우고 성과도 만들어냈다. 뿌린대로 거두리라, 이보다 더 확실한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내 힘만으로 아닌 흙 속의 씨앗이 비와 햇빛 바람으로 생명을 만들고 그 생명이 입으로 들어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음을,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감사의 기도가 절실할 따름이었다.

 

 

5년전 ‘가자 유성농장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농장주가 올해 예비 귀농자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월1회 8시간, 8회 교육으로 사계절 감각을 익히며 하는 교육이다. 사회교육을 기획하기도 하고 참가도 해보았지만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농장이라는 현장에 있으면서 매달 변하고 있는 계절 속에 먹거리가 성장하고 있는 과정을 보며 체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3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이력의 참가자이지만 공통의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활력이 넘쳐난다.

 

 

텃밭을 개간하면서 이게 예술이지 싶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나 하얀 도화지 앞에서 위축되었던 내가 땅을 오리야 기리야 하면서 파고 긋고 하면서 땀 흘리며 푹 빠져있었다. 각종 생명이 올려내는 색과 형태는 그 자체가 환상적인 작품이다. 작품하러 텃밭에 가는 나는 예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