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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밭홍보 · 보도자료

2009 전국주부글잔치 최우수상 수상 -

by 가자유성농장으로 2009. 8. 27.

 


 

 

 

2009년 전국농촌사랑주부글잔치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제목 : 배나무 가지치기

 

"내일 영하 5도로 떨어진데.. 어떻게 하지?"

"바람만 안 불면 괜찮아"

"아저씨들하고 전지하기로 한 거 연기하면 안 되나? 날씨 풀리면 하면 좋겠구만"

"다들 바빠서 하루 빨리 끝내야 해"

 

요즘 자주 영하의 날씨다. 올 겨울은 정말 춥다는 말을 자주 하게 한다. 물론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 겨울에 너무 춥지 않아도 또한 근심이 되기도 하는 게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마음이다. 날씨와의 싸움. 하늘이 절반 농사를 지워준다는 말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내일 영하로 떨어진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면서 내일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해야 하는 남편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몇해 전부터 배 연구회에 소속된 배 농가의 몇 명이 같이 전지를 하고 있다. 도시사람들은 겨울에 과수원엔 무슨 할 일이 있겠냐고 하지만 겨울철 꼭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 바로 필요 없는 배나무 가지를 잘라주는 일이다. 예전에 남편 혼자 겨울철 가지치기 할 때는 일하는 것도 지루하고, 혼자 하니 심심하고 그래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힘만 들고 일도 잘 안되고 하였는데, 똑같이 겨울에 전지를 해야 하는 배 농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다섯 명이 돌아가면서 한집에 3일씩 같이 전지하니까 3일이면 우리 집 배 밭 가지치기가 끝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15일 동안 같이 일하면 다섯 집의 배 밭 전지가 끝나는 거다. 보름 동안 정말 열심히 전지를 해야 한다. 정해진 기간에 되도록 다 끝내주려고 휴식시간도 짧다. 비록 같이 전지는 못하지만 나 또한 남편이 전지 할 동안은 마음이 불편해서 벌서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잠깐 쉴 때나 식사할 때 예기도 할 수 있고, 일할 때도 바로 옆줄에서 일하는 동료가 있으니 덜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품앗이의 효과이다.

 

창문이 바람 때문에 흔들린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데 남편이 부시럭거리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벌써 가려고?"

"사람들 오기 전에 불 피워야지"

"..."

"이따가 컵라면 사와. 추울 때 컵라면이 최고야"

오늘은 우리 밭 차례여서 일하기 전에 몸을 좀 녹이고 시작하게 하려면 장작불을 먼저 가서 피워나야 서둘러 오신 아저씨들이 불을 쬘 수 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어서 어슴프레한 바깥 날씨는 더 춥게 느껴진다.

 

9시경에 컵라면을 사서 밭에 도착해보니 다섯 명의 아저씨들이 아주 열심히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전지가위 사용하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새벽에 느꼈던 그 서글픔은 사라지고 환한 아침 태양아래 활기가 넘쳐보였다. 배나무가 오래되고 키가 커서 알미늄으로 만든 사다리를 갖고 다니면서 전지를 해야 한다. 사다리 위에서 전지하는 분, 나무 위에 한 쪽 다리를 걸치고 전지하는 분.. 필요 없는 배나무가지들이 잘려나가고 배나무가 정리 되어 가고 있었다. 역동적이 아침이었다.

 

밭 중간에는 장작불이 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컵라면을 준비하고 아저씨들을 불렀다. 몇 년 째 같이 전지하는 분들이라 오랜만에 보니 다들 반갑다. 장태산 쪽에서 오신 분은 이곳에서 멀리 있기 때문에 어쩌면 남편보다 먼저 집을 나섰을 것 같다. 농사도 아주 잘 짓고 판매도 직거래로 잘 하신다고 한다. 말씀은 많이 안하시지만 아주 성실해 보이신다. 또 한 분은 유성 서쪽에서 오시는 분이다. 농장이 논산과 유성 두 곳에 있다. 그리고 노은동에서 오신 분.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고, 전체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신다. 그리고 가장 젊고 우리 집 가까이에 살고 있는 분 등이 겨울이면 전지를 같이 한다. 여러 가지 맡은 역할도 잘 해내시는 분이다. 다들 같이 일하면 즐거워 보여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컵라면과 김치로 아침 요기를 끝내고, 잠시 불을 쬐면서 연장을 손보더니 다시 자기가 전지하던 자리로 돌아간다.

 

새로운 한해 농사의 첫 준비가 가지치기다. 5월부터 돋아나기 시작하는 도장지들이 이렇게 긴 나무 가지로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나뭇가지들을 겨울철에 잘라준다.

 

올해는 두 번째로 우리 집에서 가지치기를 한다. 그러니 단체로 전지한다는 소문이 나서인가 여기저기서 위문공연도 온다. 이렇게 품앗이 형태로 같이 일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나 보다. 신문 기자도 와서 취재해 가고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와서 일하는 모습을 찍어 간다.

 

몇 십 년 된 이 배나무들은 사실 새로 조성된 배 밭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새로 조성된 Y자형 배나무는 일하기도 편하고 배 모양도 좋지만 기존의 배나무는 농사짓기가 힘든 편이다. 물론 나무가 크기 때문에 새롭게 나무를 키우는 방법이나 지줏대를 바꿔주면 된다는 것도 알지만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농촌 체험장으로는 이런 오래된 배나무 밭이 Y자형 보다 더 아늑하고 좋은 것 같다. 여러 가지 열악한 사정이 있지만 나름대로 장점을 찾아보려 애쓰는 편이다.

 

한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몇 번의 고비가 온다. 4월이면 봄철 냉해 피해를 주의해야 한다. 배꽃이 피다가 새벽에 영하로 떨어지면 꽃이 얼어 버린다. 냉해 피해를 보면 배 수정율이 떨어진다.

 

여름철엔 태풍과 돌풍의 피해도 걱정된다. 물론 지금은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지만 보험도 아주 심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작년에도 우박피해를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래서 계속 가입하든 보험을 한해 안 들면 그해는 엄청 심한 피해를 보기도 한다. 과수원 주위가 비닐하우스로 모두 막혀 있는데 왜 바람을 타는지 속상할 뿐이다.

배나무 전지는 대부분 남자들이 한다. 굵은 가지는 톱을 사용해야 하고, 비교적 가는 가지는 전지가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자들한테는 힘든 일이어서 거들지도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큰 나뭇가지를 주워내는 일을 한다.

 

한 낮에 기온이 좀 오르더니 오후 4시가 넘자 다시 싸늘해진다.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당연히 할 일 이라고 하루 종일 전지가위로 나뭇가지를 자르는 이분들께 맛있는 것을 해드리고 싶어 삼겹살을 사왔다. 장작불에 둘러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도 힘든 일 끝에 느끼는 작은 즐거움인 것 같다.

 

추운 날씨 때문에 모두들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평소보다 체격이 더 커 보인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장작불 곁에 둘러 앉아 삼겹살을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한다. 올해도 모두 열심히 농사지어 명품 배 생산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명품 배 생산 화이팅!!

 

2009 농촌사랑주부글잔치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