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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밭홍보 · 보도자료

농촌사랑전국주부글잔치 2년 연속 본상 수상

by 가자유성농장으로 2008. 8. 2.

제5회 농촌사랑전국주부글잔치 우수상 (2008년)

제목 : 내 이름은 <전민동 배밭>

 

집에서 나와 자전거를 타고 밭에 가다보니 밭둑에 망초 꽃이 무더기로 피워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꽃집에서 파는 꽃 못지않게 예뻤지만 평소에 그냥 지나쳤는데 작고 하얀 너무도 흔한 이 꽃이 너무 예뻐 자전거를 멈추고 한참 쳐다봤다. 이런 것이 시골생활에서 느끼는 재미인 것 같다. 굳이 꽃밭을 가꾸지 않아도 많은 꽃들이 자기들 순서에 맞추어 피어난다. 이제 망초가 지고나면 달맞이꽃이 저 자리를 차지하겠지.. 큰 키에 가느린 몸을 하고 노란 꽃을 피우고 있을 달맞이꽃 향기를 맡으면서 밭에 도착할 것이다.

 

10년 전 서울에서 남편의 고향인 유성으로 내려왔다. 지금 살고 있는 유성은 대전에 속하지만 60%이상이 아직 농촌지역으로 남아있다. 남편은 유성배로 유명한 이곳에서 배 농사를 짓기로 했다. 더불어 나도 여성농업인이 되었다. 유성으로 내려온 그해부터 매일 남편 따라 어설프게 과수원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살 때는 4월이면 벚꽃 구경 갈 계획을 세웠고 못가더라도 주변 공원으로 가서 벚꽃 구경을 했지만, 배 농사를 짓고 농업인이 되면서 나는 벚꽃 구경은 꿈도 못 꾼다. 왜냐면 벚꽃이 배꽃 피는 시기와 비슷해서 인공수분 준비에 바쁘고 인공 수분할 시기에 날씨가 좋은지 아닌지 늘 긴장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배꽃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처음 농사짓기 시작하면서 남편에게 불평 한 적이 있었다.

‘배 농사를 짓고부터 벚꽃구경은 못가네’

남편이 간단하게 말한다.

‘배 꽃 보면 되지 뭘 그래’

맞다. 이제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가까이 벚꽃 축제로 시끌벅적해도 ‘뭘 저걸 보러가 배밭 가서 배꽃 보면 되지’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배 밭에서 배꽃 인공수분도 해주고, 그 일이 끝나면 어린 배를 솎아야하고 그리고 봉지 씌우기, 배따기 등의 일을 차례대로 해야 한다. 평생해보지 않았던 일들.. 밭에 가서 처음 내 손톱에 때가 낀 날 한동안 그 생경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아! 내 손톱에 때가 끼었네..' 오랜 도시생활로 손톱에 때가 낄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날 이후 농사철엔 손톱 쳐다볼 시간도 없이 바쁘고, 설령 손톱에 때가 끼어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무뎌지게 되었다. 아마 이렇게 시골생활을 적응했나보다.

 

배 농사를 10년 넘게 짓다보니 이젠 나도 배전문가가 다 되었다. 신고배 뿐 아니라 배나무를 보면 무슨 품종의 배나무인지도 알게 되었다. 이 품종은 언제 유행했었고, 지금은 거의 없어진 것이며 각 품종별로 배나무 형태나 잎 색깔 모양이 다 다른 것도 구별해낸다. 농사를 짓기 전에는 배는 다 같은 배려니 했는데, 품종별로 맛도 다르고 모양도 다 다르다. 그리고 겨울에 앙상했던 배나무 가지에서 꽃눈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푸른색의 어린배가 자라면서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특히 포도가 익어갈 때는 푸른색에서 빨간색이 되었다가 검은색으로 바뀌는 모습은 농민이기에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어떤 자연의 힘에 의해 저렇게 알록달록하게 색깔을 바뀌게 할까 하고 감탄한 적도 많다.

 

남편은 성실한 농사꾼이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 배 밭이 있어 거들다보니 자연스레 배 농사를 익혔고, 어머님을 닮아 하루 종일 배 밭에서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저녁 무렵 배 밭의 빈 공간에 심어 놓은 상추, 미나리, 고추, 가지 등에게 물을 주면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덕분에 싱싱한 야채가 늘 밥상에 있고, 식사준비 하기 위해 상점으로 가지 않고 밭으로 가는 재미도 좋다. 지금쯤 어디쯤에 가면 전에 맺혔던 호박을 오늘은 따도 되겠지 하면서 보물찾기도 해본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일정하지 않아 아무리 열심히 농사지어도 가격이 낮으면 소득이 많지가 않다. 잘 파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 절실히 느껴서 이제는 100% 소매를 위해 노력한다. 남편이 열심히 농사지으면 나는 잘 팔아야지 다짐을 하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고민해 봤지만 우리 배를 사람들한테 맛있다고 홍보를 하는 일이 남편이나 나나 서툴다. 둘 다 말 주변이 없는 편이다. 둘 다 성격이 비슷하니 생각만 소매로 100% 팔고 싶다 였지 제대로 되지를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블로그를 이용하는 것이다. 블로그는 <가자 유성농장으로> 이고 주인장 이름은 <전민동 배밭>이다. 이곳에 농장과 관련된 많은 글을 올리고 사진도 올린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칭해서 부를 때 전민동 배밭 아줌마라고 한다. 나는 그 호칭이 좋다.

 

농사를 짓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모양이 안 좋거나 좀 일찍 수확해서 당도가 떨어지거나 하는 정품이 아닌 비품배가 생산된다. 이런 배는 헐값에 팔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배의 활용을 위해 흔히 배즙을 많이 짜지만 건강원에 맡기다 보니 수수료도 만만찮고 수확이 끝난 후 겨울철 농한기에 시간적 여유도 있어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없나 많이 고민하다가 지금은 배로 잼을 만든다. 배잼이라고 하면 대부분 배로도 잼을 만드냐고 관심 있어 한다. 언젠가 '배쨈 팝니다'라고 적어놓고 판 적이 있었다. 그때 한 초등생이 엄마랑 지나갔다. 잠시 후 그 엄마 혼자 와서 배 잼을 사가면서 "우리 아들이 그러는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쨈이 배쨈 이래요" 한다. 그 초등학생의 발상 전환이 너무 재미있었다. 배를 농사짓는다고 하면 가끔 농담조로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바다에 떠있는 배도 있고, 먹는 배도 있고 우리 몸에도 배 있는데..". 배잼을 먹어본 분들은 굉장히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유명 과수원에서 레시피를 교환하자는 제안까지 받았다. 노력하고 고민하니 느리지만 조금씩 발전해가는 것 같아 기쁘다.

 

요즘은 농업과 관련된 체험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이기에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것이 아니고 직접 농업 분야의 전문가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솟대 만들기>가 있다. 솟대는 옛날 마을입구에 장승과 같이 많이 세운 것으로 높이 솟아있는 대 위에 보통 새 모양으로 나무를 깎아 올려놓는 것이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오리를 많이 사용한다. 오리가 알을 많이 낳기 때문에 다산을 의미하고 즉 풍요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 우리 조상들이 만든 것처럼 크게는 아니지만 나뭇가지에 찰흙을 이용해 예쁘게 오리를 만들어 올려 보기도 한다. 풍년농사를 기원하면서 솟대를 만들고 나면 왠지 든든한 백을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 마치 올해 농사를 잘 지어 부자농부가 된 것처럼..

 

이제는 유성이 너무 좋다. 어쩌다 한번 가는 서울행은 번잡하게 느껴져 볼 일만 보고 바로 내려온다. 유성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유성온천이 있다. 또한 많은 명품 농산물들이 생산되고 있다. 우리 과수원에는 많은 풀들이 자라지만 토끼풀은 잘 볼 수 없었는데 올해는 수도가 옆에 한 무더기 토끼풀이 자라있었다 토끼풀을 보면 평소 습관대로 네 잎 크로바 있나 하고 살펴보니, 2~3초 후 바로 여섯 잎 크로바를 발견했다. 내 평생 처음 보는 여섯 잎 크로바였다. 그날 무지 기뻤다. 왠지 올해 행운이 넝쿨 채 굴러 올 것 같아..네 잎도 아닌 여섯 잎씩이나 되니.. 가끔 느끼는 이런 여유로운 생활이 농촌에 사는 농업인의 참 행복인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하고 기원하고 소망하면 반드시 여섯 잎 크로바가 내게 왔듯이 좋은 일들이 넝쿨지어 올 거라 믿는다.//

김미숙

 

*내게 원고를 쓰게 한 망초와 달맞이꽃*

 

막 피기 시작하는 달맞이꽃

 

6월말 원고를 쓸무렵 활짝 피워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시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예쁘다.

 

 

 

  2009년 농촌사랑 주부글잔치 최우수상

2년 연속 본상


배나무 가지치기 - 김미숙(대전 유성구)

"내일 영하 5도로 떨어진데.. 어떻게 하지?"
"바람만 안 불면 괜찮아"
"아저씨들하고 전지하기로 한 거 연기하면 안 되나? 날씨 풀리면 하면 좋겠구만"
"다들 바빠서 하루 빨리 끝내야 해"

요즘 자주 영하의 날씨다. 올 겨울은 정말 춥다는 말을 자주 하게 한다. 물론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 겨울에 너무 춥지 않아도 또한 근심이 되기도 하는 게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마음이다. 날씨와의 싸움. 하늘이 절반 농사를 지워준다는 말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내일 영하로 떨어진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면서 내일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해야 하는 남편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몇해 전부터 배 연구회에 소속된 배 농가의 몇 명이 같이 전지를 하고 있다. 도시사람들은 겨울에 과수원엔 무슨 할 일이 있겠냐고 하지만 겨울철 꼭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 바로 필요 없는 배나무 가지를 잘라주는 일이다. 예전에 남편 혼자 겨울철 가지치기 할 때는 일하는 것도 지루하고, 혼자 하니 심심하고 그래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힘만 들고 일도 잘 안되고 하였는데, 똑같이 겨울에 전지를 해야 하는 배 농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다섯 명이 돌아가면서 한집에 3일씩 같이 전지하니까 3일이면 우리 집 배 밭 가지치기가 끝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15일 동안 같이 일하면 다섯 집의 배 밭 전지가 끝나는 거다. 보름 동안 정말 열심히 전지를 해야 한다. 정해진 기간에 되도록 다 끝내주려고 휴식시간도 짧다. 비록 같이 전지는 못하지만 나 또한 남편이 전지 할 동안은 마음이 불편해서 벌서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잠깐 쉴 때나 식사할 때 예기도 할 수 있고, 일할 때도 바로 옆줄에서 일하는 동료가 있으니 덜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품앗이의 효과이다.

창문이 바람 때문에 흔들린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데 남편이 부시럭거리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벌써 가려고?"
"사람들 오기 전에 불 피워야지"
"..."
"이따가 컵라면 사와. 추울 때 컵라면이 최고야"
오늘은 우리 밭 차례여서 일하기 전에 몸을 좀 녹이고 시작하게 하려면 장작불을 먼저 가서 피워나야 서둘러 오신 아저씨들이 불을 쬘 수 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어서 어슴프레한 바깥 날씨는 더 춥게 느껴진다.

9시경에 컵라면을 사서 밭에 도착해보니 다섯 명의 아저씨들이 아주 열심히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게 일하고 있었다. 전지가위 사용하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새벽에 느꼈던 그 서글픔은 사라지고 환한 아침 태양아래 활기가 넘쳐보였다. 배나무가 오래되고 키가 커서 알미늄으로 만든 사다리를 갖고 다니면서 전지를 해야 한다. 사다리 위에서 전지하는 분, 나무 위에 한 쪽 다리를 걸치고 전지하는 분.. 필요 없는 배나무가지들이 잘려나가고 배나무가 정리 되어 가고 있었다. 역동적이 아침이었다.

밭 중간에는 장작불이 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컵라면을 준비하고 아저씨들을 불렀다. 몇 년 째 같이 전지하는 분들이라 오랜만에 보니 다들 반갑다. 장태산 쪽에서 오신 분은 이곳에서 멀리 있기 때문에 어쩌면 남편보다 먼저 집을 나섰을 것 같다. 농사도 아주 잘 짓고 판매도 직거래로 잘 하신다고 한다. 말씀은 많이 안하시지만 아주 성실해 보이신다. 또 한 분은 유성 서쪽에서 오시는 분이다. 농장이 논산과 유성 두 곳에 있다. 그리고 노은동에서 오신 분.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고, 전체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신다. 그리고 가장 젊고 우리 집 가까이에 살고 있는 분 등이 겨울이면 전지를 같이 한다. 여러 가지 맡은 역할도 잘 해내시는 분이다. 다들 같이 일하면 즐거워 보여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컵라면과 김치로 아침 요기를 끝내고, 잠시 불을 쬐면서 연장을 손보더니 다시 자기가 전지하던 자리로 돌아간다.

새로운 한해 농사의 첫 준비가 가지치기다. 5월부터 돋아나기 시작하는 도장지들이 이렇게 긴 나무 가지로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나뭇가지들을 겨울철에 잘라준다.

올해는 두 번째로 우리 집에서 가지치기를 한다. 그러니 단체로 전지한다는 소문이 나서인가 여기저기서 위문공연도 온다. 이렇게 품앗이 형태로 같이 일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나 보다. 신문 기자도 와서 취재해 가고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와서 일하는 모습을 찍어 간다.

몇 십 년 된 이 배나무들은 사실 새로 조성된 배 밭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새로 조성된 Y자형 배나무는 일하기도 편하고 배 모양도 좋지만 기존의 배나무는 농사짓기가 힘든 편이다. 물론 나무가 크기 때문에 새롭게 나무를 키우는 방법이나 지줏대를 바꿔주면 된다는 것도 알지만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농촌 체험장으로는 이런 오래된 배나무 밭이 Y자형 보다 더 아늑하고 좋은 것 같다. 여러 가지 열악한 사정이 있지만 나름대로 장점을 찾아보려 애쓰는 편이다.

한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몇 번의 고비가 온다. 4월이면 봄철 냉해 피해를 주의해야 한다. 배꽃이 피다가 새벽에 영하로 떨어지면 꽃이 얼어 버린다. 냉해 피해를 보면 배 수정율이 떨어진다.

여름철엔 태풍과 돌풍의 피해도 걱정된다. 물론 지금은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지만 보험도 아주 심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작년에도 우박피해를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래서 계속 가입하든 보험을 한해 안 들면 그해는 엄청 심한 피해를 보기도 한다. 과수원 주위가 비닐하우스로 모두 막혀 있는데 왜 바람을 타는지 속상할 뿐이다.

배나무 전지는 대부분 남자들이 한다. 굵은 가지는 톱을 사용해야 하고, 비교적 가는 가지는 전지가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자들한테는 힘든 일이어서 거들지도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큰 나뭇가지를 주워내는 일을 한다.

한 낮에 기온이 좀 오르더니 오후 4시가 넘자 다시 싸늘해진다.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당연히 할 일 이라고 하루 종일 전지가위로 나뭇가지를 자르는 이분들께 맛있는 것을 해드리고 싶어 삼겹살을 사왔다. 장작불에 둘러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도 힘든 일 끝에 느끼는 작은 즐거움인 것 같다.

추운 날씨 때문에 모두들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평소보다 체격이 더 커 보인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장작불 곁에 둘러 앉아 삼겹살을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한다. 올해도 모두 열심히 농사지어 명품 배 생산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명품 배 생산 화이팅!!